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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살아 움직여 마음을 울리다

    • 김현경 기자
    • |
    • 입력 2018-07-03 12:13
▲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사진=서울시향).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인 바실리 페트렌코의 지휘와 지속적인 내한으로 국내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협연은 연주 전부터 화제에 오르며 서울시향의 올해 연주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음악회로 꼽혔다.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날의 연주는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시 유럽 낭만파 음악의 사조의 영향을 크게 받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의 조합은 두 연주자의 음악적 태생과 커리어와 오버랩 되며 듣는 이에게 더욱 풍성한 감상의 상상력을 주는 선곡이었다.

제임스 에네스는 줄리아드의 이반 갈라미언의 제자인 프랜시스 채플린과 샐리 토마스의 제자로서 그 계보를 찾아 올라가면 레오폴드 아우어에게까지 다다른다. 차이콥스키가 서유럽의 클래식으로 음악적 지평을 확장했듯이 캐나다 출신의 21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도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더해 한층 더 확장된 해석으로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건강한 소리로 침착하게 시작한 1악장에서 섬세한 글리산도로 낭만성을 극대화 시키며 따뜻한 사랑의 시선을 품어냈다. 2악장은 깊이 있고 절제된 감성을 풍성한 소리로 담아내며 목관 악기 군과 많은 대화를 했다. 페트렌코의 섬세한 템포와 밸런스의 조절이 함께 한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돋보였다. 느린 2악장에서 모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으며 빠르고 느린 선율의 변화가 잦은 3악장을 편안하고 깔금하게 마무리했다. 많은 연주자들이 마지막 악장에서 속주로 달리며 격정적인 연주를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것과는 달리 끝까지 자신의 소리에 어울리는 안정적이며 클래식의 품격을 지키는 연주를 지향한 기분 좋은 연주였다.

바실리 페트렌코의 지휘로 들려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 2번은 정명훈 음악감독이 떠난 이후 몇몇 수석 연주자와 단원들의 교체에 오랜 시간 적합한 음악감독을 정하지 못하며 내분을 겪으며 침체하였던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1악장을 시작하는 더블베이스의 침울한 모티브에 이어지는 튜바의 여음의 울림으로부터 이날의 연주가 비범한 연주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고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러시아 음악 특유의 정확함과 유럽의 풍부하고 윤택한 서정성을 동시에 나타냈다.

각 악기 군이 마치 안톤 체홉의 연극에 나오는 캐릭터 같았다. 소리의 각기 다른 층위가 귀로 들어오는 순간 눈 앞에서는 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듯한 상상을 하게 했다. 연주시간이 20분이 넘는 첫 악장은 이렇게 순식간에 흘러갔다.

2악장의 빛나는 금관악기의 강렬한 주제와 대비되는 현악 파트의 노래는 그의 어린 시절 음악 수업의 시작이었던 합창과 합창 지휘 공부의 커리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되었다. 칸타빌레 선율의 성악적인 부드러운 프레이징은 그만이 갖는 독특함이었다.

단원들 한 명 한 명이 마치 솔리스트가 된 듯 그 기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음악적 리더쉽과 정확한 비팅으로 3악장에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윤기있고 우아한 현악 파트의 프레이즈를 들려주었으며 이 큰 물결의 일렁임은 4악장에서 겨울나라 러시아의 풍성한 사운드로 탈바꿈되었다.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많은 모티브가 쇼케이스처럼 나열된 악장을 0:0 스코어의 축구경기의 연장전에서 한 골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설레는 마음의 긴장과 상대방의 골을 막았을 때의 이완 감이 교차하듯 악구를 대비시키며 점층적으로 상승하는 힘을 모아 라흐마니노프의 피날레의 클리셰로 웅장하고 박력 있게 마무리했다.

서울시향은 그동안 변화의 소용돌이와 불확실성의 시간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에 예술성을 훼손하지 않고 관객으로부터의 믿음을 잃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했다. 지난 3월 새로 취임한 강은경 대표이사의 부지런한 횡보에 기대를 걸며 사회적 소명에 부응하며 한층 더 성숙한 음악으로 시민과 만나게 되는 교향악단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3&sid2=242&oid=018&aid=0004140756 

김현경 기자 | 김현경@tvcc.publishde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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