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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트코인과 탈중앙화에 대한 딜레마

    •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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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8 15:16
    • |
    • 수정 2021-06-18 16:03
▲[칼럼] 비트코인과 탈중앙화에 대한 딜레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탄생하고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 발행일로 따지면 2009년생인 비트코인은 올해, 만 12세다. 사람에 빗대긴 무리가 있겠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유명세를 갖은 탓인지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며, 찬반양론은 아직도 뜨겁다.

탈중앙화, 비트코인을 세상에 공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내건 슬로건이다. 2009년 2월 11일 비트코인을 공개하면서 사토시 나카모토는 "재래 통화의 뿌리 문제는 그것이 작동하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신뢰다.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어야 하지만, 화폐 통화의 역사는 그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하다"라며 기존금융에 대해 비판을 했다.

또한, 제네시스 블록 트랜잭션에 당일 런던 뉴욕타임즈 1면의 기사 제목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U.K. 재무장관”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다.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하다. 이같이 비트코인 탄생의 핵심은 탈중앙화(Decentralize)다.

비트코인을 사보기도 하고 블록체인 전문가들의 의견 등 정보를 통해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이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얻었다.

지난달 환경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잠정 중단한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일부 대규모 채굴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사실상 고도로 중앙 집중화됐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근거로 "이전에 중국 신장 소재 채굴장이 침수돼 대다수 채굴장이 정지된 적이 있었다. 당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는 35% 가까이 하락했다. 이를 보고도 비트코인이 '탈중앙화' 됐다고 보는가?"라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대로 탈중앙화를 모토로 내건 비트코인이지만 채굴하는 방식은 철저히 중앙화된 상태다. 캠브리지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65%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트코인캐시(BCH)가 하드포크된 것도 채굴업자의 세력이 너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비트코인캐시는 자체 성장 및 확장을 위해 향상된 합의규정에 따라 탄생한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로 2017년 8월 1일 비트코인 세그윗을 계기로 중국의 채굴업체들이 주도하여 비트코인캐시라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이 같은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는 2018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암호화폐 탈중앙화는 말 그대로 신화와 같다(Decentralization in crypto is a myth)"라며 "북한보다 더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채굴업자와 암호화폐 거래소는 모두 중앙화 돼 있으며, 이더리움(ETH)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등 개발자들 또한 독재자라고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지금쯤 '51% 어택'이라고 하는 화두를 던진다. 51% 어택이란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있는 컴퓨터를 10대로 가정하면 6대 컴퓨터가 담합해 블록체인의 내용을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 전체로 보면 '신뢰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다수결'에 의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노드를 컴퓨터 10대에 비유하는 건 비약으로 비춰질 만큼 비트코인 노드의 분포와 숫자는 아주 크다.

또한, 수차례 가치의 변동성을 경험하면서 과연 가치를 보증해주는 중앙기관이 없다는 것이 즉, 화폐의 탈중앙화가 이롭다고만 할 수 있는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여전히 비트코인의 탄생목적인 탈중앙화를 이뤘는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순히 비트코인에 투자를 해라 말아라. 비트코인이 좋다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다만,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 유무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은 어느새 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위협은 비트코인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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